무쿠로는 6번이나 살았지만, 나머지 고쿠요즈인 켄도 치쿠사도 크롬도 M.M도 중학생입니다. 중학생 때를 생각해보면 사소한 것에 서럽고 어려서 친구한테 질투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중학생다운 고쿠요즈가 보고 싶었는데 그 중 무쿠로님을 제외하고 가장 어른스러워 보이는 치쿠사가 그러면 어떨까해서 써보았습니다. 고쿠요즈는 정말 다 애정 해요!
탄생은 축복이다, 태초부터 인간들은 새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을 숭고히 여겨왔다. 아이를 낳는 여자를 숭상하였으며 다산을 상징하는 배 나온 여신모양의 조각상을 만들어 경배하던 고대의 인간부터 시작해 후에 문명을 이루고 나서는 성경과 법전을 통해 모든 생명의 탄생에 숭고한 뜻이 있다고 기록해왔다, 탄생에 대한 축복. 그 역사는 길고 어느 문명에서건 어느 종교에서건 인종이나 성별, 문화 등에 상관없이 공통되어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입을 모아 말했다.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은, 탄생의 순간은, 삶이 시작되는 순간은 축복이라고. 그렇기에 지구 어느 곳에 가도 생일은, 그러니까 누군가 태어난 날을 축복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인간에게 생일이란 축복받아 마땅한 것이었으니까.
하나, 저희 삼인방에게 생일은 축복과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언제나 삶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죽음에 삼켜질까 두려워 숨죽이며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는 저들에게 자신이 태어난 날이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라는 갈 곳 없는 원망을 비명과 함께 입속으로 삼키며 몸에 밀려져 오는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아니, 저희 삼인방뿐만이 아니었다. 그 연구소에 한가득한 아이 중 그 누구도 생일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들, 돈 때문에 부모 손에 직접 팔려온 아이들, 패밀리라고 믿었던 이들의 손에 끌려와 실험체가 된 저희 같은 아이들. 누가 더 불행한가 따질 수도 없이 비명과 절규만이 존재하는 이곳에서 그 누구 자신이 태어난 날을 축하할까, 그들에게 축복받은 삶은 거리가 멀었다. 모두 그저 저주받은 자신의 삶을 괴로워하며 하루하루 ‘난 대체 언제 죽는 거지?’라고 묻고 또 물었다. 태어났기에 주어진 생명을 꺼트리는 법을 몰라 연명해갈 뿐. 생일이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함께 가시겠습니까?"
아니 그럴 거라 생각했다. 자신들의 삶엔 목숨엔 의미가 없다고. 그러나 그런 그들에게 삶의 의미가 생겼다. 만약 축복받은 날이 있다면 그건 필시 생일이 아니라 그 날이리라. 저는 생각했다.
무쿠로는 아니, 무쿠로님은 그 날 이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조용하고 소심하던 첫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고 저희에게 손을 내밀던 신이 한 명 있을 뿐이었다. 무쿠로님은 똑똑하고 치밀하며 대범했다. 어리기만 한 저희를 이끌고 에스트라네오에서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쿠로님은 금방 타깃을 찾았다. 북부 이탈리아 최강의 남자라 불리는 란치아. 무쿠로님은 정보를 모으고 그것을 철저히 이용했다. 처음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아는 것처럼 무쿠로님은 완전히 란치아를 꿰뚫었고 그의 어린 시절을 이용했다. 란치아가 속한 패밀리에 고아인 척 잠입한 건 정말이지 최고의 수가 아닐 수 없었다. 란치아는 무쿠님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았고 무쿠님은 그럴수록 더더욱 란치아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굴었다.
“오늘, 네 생일파티를 준비했어, 내 선물은 미리 줄 테니까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이다?”
"와, 생일선물이에요? 감사해요, 선배!"
저는 종종 무쿠로님과의 접선을 위해 그의 패밀리가있는 곳 근처에 가곤 했는데 그곳에서 본 무쿠로님은 저나 켄이 아는 사람과 전혀 다른 인물 같았다. 무쿠로님은 입안의 혀처럼 굴었다. 마치 에스트라네오의 일 따윈 겪어보지도 못한 완벽한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을 가장한 무쿠로님은 처음 만났던 때의 모습도 저희의 신이던 모습도 아닌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란치아 또한 무쿠로님을 가족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챙겨주는 듯 해서 항상 접선을 위해 멀리서 스쳐 가듯 보았지만, 그 따스함의 온도가 진짜라는 건 어린 저도 알 정도였다. 란치아가 진심으로 무쿠로님을 가족처럼 여기고 있다는 걸 느낄 때마다 저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저희가 저 사람을 이용해도 될까? 무쿠로님은 과연 저 감정에 동화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린아이답지 않은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어렸던 저에게 결국 가장 강하게 든 감정은 ‘부럽다’였다. 믿었던 패밀리에게 배신당해 그토록 고문당했다지만 본능적으로 따스함이 그리웠던 어린아이였기에 어쩌면 저는 자신들의 무모한 계획이 이대로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멀리서 보기만 하는데도 이토록 따스한데 그 곁에서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내는 무쿠로님은 오죽할까. 저는 어쩌면 켄과 저가 그 곳에 속해 따스함 한 조각이라도 나눠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무르군요, 바보같이 뭘 기대한겁니까?”
무쿠로님이 란치아를 통해 패밀리를 몰살한 날은 무쿠로님의 생일이었다. 란치아에게 선물을 받은 무쿠로님은 퍽 기뻐 보였기에 저와 켄은 소매치기로 조금씩 모은 돈으로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소매치기로 번 돈이라고 해봐야 켄과 제 식비로 쓰면 얼마 남지 않아서 무쿠로님이 좋아하는 완전무결이란 뜻의 과일인 파인애플 모양 열쇠고리였다. 란치아와 함께할 때 환히 웃던 무쿠로님을 떠올리며 어쩌면 저희에게도 그렇게 웃어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와 함께 골랐다. 하지만 켄과 접선장소로 향했을 때 모든 상황은 종료되어있었다. 생일, 애초에 무쿠로님은 그 걸 노렸다. 모두를 한꺼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샌다. 보스직부터 작은 말단직까지 모두 모이게 하려면 어떤 날을 노려야 할까, 답은 무쿠로님의 생일이었다. 무쿠로님은 패밀리원들에게 생각 이상으로 사랑받고 있었고 무쿠로님은 제가 받은 상냥함 한 조각까지 철저히 씹어 삼키며 이용했다.
란치아는, 아니 그의 모습을 한 무쿠로님은 거기 있었다. 시체들 사이에서 서 있는 무쿠로님은 비록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지만 에스트라네오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 고고히 혼자만 이 구역질 나는 시체 무더기 속에서 빛나는 것 같았다. 예전에 란치아와 함께 있던 때 봤던 그 모습이 거짓말인 것처럼. 아, 이건 안된다. 잘못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기도 전에 오랜만에 무쿠로님을 본 켄은 신이 나서 무쿠로님에게 달려가 팔을 벌리며 안겼고 저가 말리기도 전에 외쳐버렸다.
“무쿠로님, 선물이에요 뿅! 생일 축하드려요!”
저와 켄이 고르고 고른 싸구려 선물박스가 무쿠로님 손에 들어가자마자 계획에 성공해 기분 좋게 웃고 있던 무쿠로님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오야오야, 켄, 치쿠사.”
무쿠로님은 조용히 저희를 불렀다. 그 목소리가 퍽 다정해서 순간 저가 착각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어지는 말에 저는 변명의 여지도 없이 입을 다물어야 했다.
“생일 선물이라니, 지금 우리가 이런 시시한 애들 장난을 하려고 온 줄 아는군요.”
싸구려 리본과 종이로 어설프게 포장된 상자가 시체로부터 흘러나온 피 웅덩이에 던져지면서 철벅-하는 소리가 났다. 켄이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인 연로란 색에 알록달록한 종이는 피 웅덩이에 피를 빨아들이며 점점 붉어져서 물들어갔다.
“부러웠나요? 저들이 나에게 해준 것들이?”
무쿠로님은 자신이 철퇴로 뭉개버린 시체들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낯선 이에게서 익숙한 사람의 모습을 보는 건 썩 유쾌한 모습은 아니었다. 익숙하되 익숙하지 않다. 빙의 탄을 쏴서 켄에게 빙의한 모습을 본 적은 있지만 란치아에게 빙의한 모습을 본 건 처음이라 눈 앞에 사람이 정말 무쿠로님인가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금방 그 생각을 접었다.
“아닙니다, 무쿠로님 저희는...”
“저희는?”
하나, 그 눈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빙의되더라도 육도안만은 숨겨지지 않는다. 자신의 내면을 낱낱이 꿰뚫어 보이는 느낌. 그 무엇도 그 앞에서 비밀은 허용되지 않을 것 같았다. 압도당한다. 주눅들고 그러면서도 그에게 매료되며 모든 걸 맡길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어른들이 그립다면 떠나세요, 어른들이 우리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잊어버리는 멍청이는 저도 필요 없습니다.”
그게 끝이었다. 켄과 저는 당연하게도 손을 잡았고 무쿠로님도 우리도 생일을 챙기는 일 따위는 두 번 다시 없었다.
“오늘 무쿠로님 생일이야. 다들 축하 안 해?”
“바보녀, 우린 그런 거 챙기지 않아! 무쿠로님이 싫어하셔!”
“그래도, 생일은 축하해야 하는 날이잖아...”
“ME,는 그런 거 귀찮습니다만 스승님도 좋아하지 않으실 거에요. 물어본 적은 없지만.”
매년 돌아오는 생일은 언제나처럼 돌아왔지만 이렇게 북적이며 생일을 맞은 건 처음이었다. 그래 봤자 바뀌는 건 없을 테지만. 언제나처럼 아무 날도 아닌 것처럼 모른 척 넘어가려니 크롬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평소엔 주눅 들어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이럴 때만 또박또박 자기주장을 펼친다. 화장실이라거나 식사라거나 자기 일에는 입도 뻥긋 안 하더니. 켄은 저에게 말려보라는 표시를 했지만 저는 귀찮다며 거절했다. 크롬은 켄의 말을 듣는 것 같지도 않았고 M.M과 프랑까지 그 일에 합세했다. 무쿠로님이 화내실 거야. 일어날 일을 알면서 말리지 않았다.
저가 음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바라는 거야? 무쿠로님이 녀석들에게 화내기를? 저희와 같은 절망을 맛보기를? 문득, 무쿠로님이 빈디체에 갇혀있을 때가 떠올랐다. 무쿠로님은 분명 저희를 위해 그곳에 남았다. 그리고 저 여자애는 그저 특별한 체질이라는 이유로 이곳에 왔다. 그런 고통을 맛 본 적도 없으면서. 저희와 절망을 함께한 적도 없으면서. 무쿠로님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너도 그래 봐야 무쿠로님에겐 한낱 장기 말이야.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이 감정을 끈적하고 귀찮다. 장기말은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잡념은 일의 방해만을 야기한다. 생각은 필요 없다. 무쿠로님이 원하실 때 언제나 움직일 수 있기만 하면 돼. 그러니까 저들처럼 쓸모없는 일은 필요 없다.
“쿠후, 생일파티입니까?”
“생일 축하드려요. 무쿠로님. 저, 저...제가 만든 케이크에요, 쿄코랑 하루랑 같이 만들었어요.”
“하, 바보녀 무쿠로님은 생일파티 같은 거...”
“고맙습니다. 나의 크롬.”
“스승님 ME-도 생일선물을 준비했어요. 파인애플 모자예요.”
“쿠후-이건 환술이지 않습니까?‘
“진실 속의 거짓, 거짓 속의 진실. 스승님의 입버릇이잖아요. 이 정도면 ME-는 할 만큼 했어요.”
“오야오야, 그래요. 꼬마. 환각이 늘었군요. 축하해요. 하지만 쓰진 않을 겁니다.”
“나도 선물이 있어! 저런 돼지가 만든 것보단 내가 훨씬 나을걸? 명품시계라고!”
“그래 봐야 제 돈으로 산 것 아닙니까?”
무쿠로님은 크롬이 친구들과 만든 케이크도 프랑이 만들어낸 환각도 M.M이 산 명품에도 화내지 않았다. 무쿠로님은 그저 웃으며 받아들였다.
‘멍청이는 저도 필요 없습니다.’
잡념을 쌓으면 안돼. 울컥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제어 할 수 없다는 것만큼 귀찮은 일은 없었다. 저는 이런 포지션이 아니었다. 차라리 켄이 무쿠로님께 칭얼대면 말리는 쪽에 가까울까, 그러고 보니 켄도 서운할 텐데 하고 옆을 보니 역시나 켄은 칭얼대며 무쿠로님 팔에 매달려있었다.
“앗, 나도 생일선물 사올 걸 뿅! 지금부터 편의점에 사러 갈 거야.”
“하아? 편의점에서 뭘 산다고 그래. 바보 아냐, 너?”
“초콜릿! 초콜릿이지 당연히! 무쿠로님은 초콜릿을 좋아하시니까!”
켄은 서운하지도 않은 걸까. 아니, 저 녀석한테 생각이 있을 리 없지. 켄은 나에게서 지갑을 가로채다시피 하며 편의점으로 뛰어가 버렸고 저만이 덩그러니 남아 저들과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분명 같은 공간인데 드는 이질감이 저만이 현실이고 나머지는 무쿠로님이 만들어낸 환각 같은 기분이 들었다. 쿠후후하는 무쿠로님 특유 웃음소리가 크롬이나 프랑, M.M의 목소리에 섞여 울린다.
“저는, 저녁을...준비하겠습니다. 모처럼 파티인데 케이크만 있으면 안 되니까요.”
결국, 더 그 자리에 있지 못하고 도망쳐버렸다.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울컥울컥 치솟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무쿠로님도 생각이 있겠지. 이해해야 한다. 장기 말에게 감정은 필요 없어. 뭐가 서운한 거지? 감정이란 건 귀찮다. 죽이고 죽여도 어디선가 비집고 나와버려서 자신이 아니게 만들어 버린다. 차라리 이곳에서 사라지고 싶다. 그러면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될 텐데.
“쿠후, 치쿠사. 혼자 요리를 다 준비하나요? 사와도 될 텐데.”
음식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는 고쿠요랜드의 오래된 식당 한쪽에서 입술을 짓씹고 빈 도마만을 노려보았다. 한심하다. 무쿠로님의 수족을 자처하고 있으면서 이렇게 휘둘리다니. 서운함과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안에서 뒤틀려 차오르는 걸 억지로 누르고 있을 때 어느새 다가왔는지 무쿠로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뭐, 아무것도 만들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뒤를 돌아보니 언제나 같이 느긋한 표정을 한 무쿠로님이 서 계셨다. 무쿠로님의 시선이 힐끗- 하고 빈 도마를 향했다 다시 저를 향했다. 붉은 육도 안이 저를 향할 때면 언제나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을 모두 들켜버리는 기분이라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렸다.
“치쿠사 너는 예전부터 생각이 많았지요. 그래서 나는 항상 켄에게 빙의해서 너에게 얘기를 전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 삭히는 것은 켄 쪽이 좋아요. 그는 솔직하니까.”
“무쿠로님.”
“난 그때 너희에게 한 짓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땐 그게 필요했어요. 패밀리에게 배신당한 사람들에게 다시 가족을 자처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나도 그때는 6살이었으니까.”
무쿠로님은 묵묵히 이야기를 이었다. 예전이라면 하지 않으셨을 말. 빈디체에서 방해가 된다며 가라고 하던 무쿠로님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는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잡힐 걸 알고 있었다. 저희를 지킨 거다. 알고 있음에도 켄과 저는 도망쳤다. 무쿠로님의 명령이기 때문에, 그가 원했기 때문에. 그는 그랬다. 언제나 뒤에서 조용히 숨어서. 우리를 장난감이라고 하지만 저희가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는 일은 한 번도 시키지 않았다. 저희는 그 냉정함 속에 숨겨진 상냥함을 알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쭉- 오랫동안 함께였으니까.
“무쿠로님 변하셨군요.”
“사람은 조금씩 변하지요. 그게 좋은 쪽인지 안 좋은 쪽인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이렇게 무쿠로님께서 속내를 표현한 적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인지라 머뭇대자 무쿠로님은 웃으며 팔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켄에게는 자주 해주지만 저에게는 언제부턴가 잘 해주지 않던 것이었다.
“한 가지만은 확실해요. 난 너희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은 비록 마피아의 곁에 있지만 꼭 더러운 마피아를 섬멸시키고 우리에게 한 짓을 갚아줄 겁니다. 너와 켄, 그리고 나에게 한 짓 말이에요.”
“무쿠로님을 의심한 적 없습니다.”
“쿠후후, 압니다. 그냥 말하는 거예요.”
무쿠로님은 그제야 손을 거두고 그대로 뒤돌아 문밖을 나섰다. 아니 나서려고 했다. 무쿠로님은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뒤를 돌더니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제 쪽으로 흔들었다.
“아, 그리고 생일선물 감사합니다.”
무쿠로님의 핸드폰에는 파인애플 모양 열쇠고리에 끈을 끼워 핸드폰 줄로 만든 액세서리가 달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