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보스. 이 녀석은 뭐냐."
은발의 사내가 작은 남색의 사내아이를 들어올리며 물었다. 사내아이는 글쎄. 열살은 되었을까. 작은 몸뚱아리와 짧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퍽이나 고와보였지만 글쎄. 그 아이의 눈빛에는 살의가 담겨있어 그 들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꽤나 두려워 할 만한 그런 눈빛이었다. 하지만 은발의 사내와 그의 보스는 평범한 이가 아니기에 아이의 살의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냥. 작은 여흥이다."
검은 머리의 남자는 픽 웃으며 위스키가 든 잔을 살짝 흔들고 그 내용물을 마셨다. 그의 눈은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 혹은 곤충을 발견한 것과 같이 즐거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은발의 사내의 눈은 달랐다. 당장이라도 아이를 세 장으로 썰어버리고 싶다는 눈길. 은발의 남자는 한숨을 팍 쉬었다. 늘 그랬다. 자신의 보스가 저지른 일은 자신이 정리해야 한다. 그것이 암묵적인 룰이었다. 이제 와서 버리라고 해도 버릴 자신의 상관이 아니다. 어쩔 수 없나. 남자는 아이를 제 방으로 데려갔다. 아니, 데려갔다는 표현보다는 들고갔다는 표현이 정확하리라. 아이를 들고 간 남자는 제 방의 침대 위에 아이를 앉히고 하나하나, 묻기 시작했다. 아이의 이름은 무엇이며 나이는 몇인지. 출신은 어디이며 부모는 누구인지. 생일은 언제인지. 사소한 것 까지 물었지만 아이의 답은 단 하나였다.
"이름은 로쿠도 무쿠로입니다."
그 말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마저도 본명이라기 보단 가명에 가까웠지만 그것을 스쿠알로가 알리 없었다. 그저 특이하고 울림이 예쁜 이름이네. 정도만 생각했을 뿐이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른채. 그렇기에 남자는 나중에. 후회했다. 아이가 있을때 조금 다른 이름을 붙여주지 못한 것을. 좀 더 예쁜. 그 아이의 얼굴에 걸맞는 고귀한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었는데.
아이는 그렇게 바리아라는 집단에 들어왔지만 바리아라는 집단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기 마음대로 먹고, 자고. 가끔 스쿠알로나 잔저스를 습격할 뿐이었다. 다른 녀석들이 그랬다면 당연히 죽이고도 남았겠지만 어린 아이기에 그저 웃고 한 날의 치기로 넘길 뿐이었다. 좀 크면 자신을 거둬준 우리에게 충성할 것이다. 라는 계산도 섞여있지만. 아이는 강한 아이였다. 힘을 컨트롤할 수만 있게 된다면 최강의 아기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뛰어넘지 않을까. 그런 판단이었다. 다른 뜻은 없었고 그것은 스쿠알로도 어렴풋이 알고 있기에 이런 성가신 아이를 돌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아이는 계산도 빠르고 영리해 아이의 기분이 좋을 때에는 썩 좋은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아이는 어른스러웠다. 벨과 비교하면 이 아이가 훨씬 어른이리라.
스쿠알로는 서서히 아이와 이야기 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아이는 지혜로웠고. 그를 잘 알았다. 스쿠알로는 아이와 만난지 100일이 되던 날. 아이에게 작은 파티를 열어주었다. 생일이 없는 네겐 오늘이 생일이다. 지금부터 그렇게 생각하라고 말하면서. 아이는 기뻐했다. 그 날 처음 먹었다고 하던 초콜릿을 좋아했다. 그렇게 보면 평범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아이는 사라졌다. 납치는 아니었고 누구도 그 가능성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서툴러도 강한 아이라서 감히 그 아이를 억지로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없었으리라. 스쿠알로가 애타게 아이를 찾았지만 이미 새장속의 새는 날아간지 오래였다. 훗날, 룩스리아에게 문득 들었다. '로쿠도 무쿠로' 라는 학살자의 이름을. 그리고 그 이름의 뜻이 여섯 길의 시체라는 것도. 머리가 썩 좋은 편이 아닌 스쿠알로는 그제서야 아이가 가명을 쓰고 있었노라고, 깨달았다.
그 아이를 다시 만난것은 그로부터 약 5년 후의 일이였다. 아이를 만났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는 예전의 그들이 탐냈던 힘을 남을 위해서 쓰고 있었다. 아이는 그들이 구해준 힘으로 그들의 적을 도왔다. 스쿠알로는 아이에게 보고싶었노라고. 걱정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무력하게 철창안에서 아이와 동료가 싸우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아이는 자신들의 쪽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저 싸우고 있었다. 그래. 잊었겠지. 그리고 아이는 그의 예상대로 압도적으로 이겼다. 스쿠알로는 양쪽을 응원했고, 양쪽 다 응원하지 않았다. 제 동료가 이겼으면 하는건 당연한 바램이지만 무쿠로가 이겼으면 하는 것은 제 욕심이었다. 어느쪽도 응원할 수 없는 그 마음을 스쿠알로는, 누구도 응원하지 않는 것으로 달래었다. 거기서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자면, 이 싸움이 끝나면 작은 재회의 한 마디를 건낼 수 있길.
아쉽게도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이가 말을 건넨 것은 스쿠알로가 아닌 잔저스에게 였으며, 그것조차 지나가는 한마디 였을 뿐이다.
"네 야망은 너무나 커서, 이 나조차 두려울 정도입니다. 잔저스."
제 보스에게 던진 그 말은 도발일까. 진심일까. 경고일까. 자신에겐 아무런 말도 없는 것을 잠시 서러워하며 승부가 끝난 체육관을 빠져나갈 때 였다. 갑작스레 뒤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무심코 돌아본 그 곳에는 아이가 쓰러져 있었다. 갑작스레 큰 힘을 쓴 탓이겠지. 스쿠알로가 당황한 것은 그 이유가 아니었다. 쓰러진 아이의 발 빝에 떨어진 작은 초콜릿. 그것은 어릴적 스쿠알로가 아이에게 사주었던 것이었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무언가가 뿌듯해진. 그러한 기분으로 스쿠알로는 체육관을 나섰다. 그답지 않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생일 축하한다."